붕부리의 산행스케치
운무속에 에베로리지와 신불평원 산행 본문
1. 산행번호 : 07-37
2. 산행일시 : 2007년 9월 22일 토요일
3. 산행동행 : 나 홀로
4. 산행날씨 : 흐림, 산정은 온 종일 운무 속(시계 10~30m)
5. 산행코스 : 장제마을(07:00)-금강폭포(08:18~35)-에베로리지-단조샘(10:44~10:50)-영축산(11:17~11:25)-
아리랑리지갈림길(12:12~12:40)-신불산(13:11~13:15)-아리랑리지갈림길(13:38)-
쓰리랑리지우회로-아리랑리지하부전망대(14:20~14:30)-장제마을(15:20)
오늘은 지난 7월 28일 산행하다가 폭염으로 중도 포기한 에베로리지와 아리랑리지를 산행하기로 벌써부터 계획을 세웠다. 새벽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산행준비를 하여 여명이 밝아올 즈음 집에서 출발하는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이다. 기상정보에는 구름이 많은 맑은 날씨로 예보되어 있는데, 아침 날씨가 썩 좋지 않다. 산행들머리인 장제마을로 들어서는데,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중턱부터 온통 운무에 쌓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장제마을을 지나 연수시설이 있는 입구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7시에 배낭을 메고 신불사로 향해 출발하였다. 군사격장 오른쪽 옆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지난 산행에 가 봐서 이번에는 금강폭포까지는 계곡을 따라 산행해보기로 했다.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신불사로 향하는데, 간밤 동안 거미들이 쳐 놓은 거미줄이 자꾸 온몸에 달라붙어 여간 성가시지 않다. 계곡 다리를 건너 신불사에 도착하여 스님에게 금강폭포를 향하는 길이 물어보니 왔던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등산로라고 한다. 스님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가니, 웬걸 지난 산행에 간 길에 다시 올라서게 되었다. 산행 초반부터 한 15분 동안 괜한 헛고생을 한 기분이다. 잠시 사격장 철조망을 따라 걷다가 이내 사격장 내부로 들어가는 철문을 지나 금강폭포로 향했다.
사격장 내부 등산로는 일부구간은 땅이 젖어있어 미끄럽고, 길이 협소하고 좌우로 잡풀이 우거져 있어 질러가는 길인데도 지난번에 갔던 사격장 우회길보다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은 느낌이다. 큰 흰 원으로 된 표적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사격장을 벗어나는 철문을 지나게 된다. 철문을 지나면 바로 T자형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 길을 따라 작은 소폭이 있는 계곡을 건너 금강폭포를 향해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닌 것 같다. 작은 소폭을 지난 후, 계곡 오른쪽 옆으로 바위 너덜지대로 희미하게 난 길을 따라 한 10분쯤 오르자 금강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금강폭포는 며칠째 비가 내리지 않아 수량이 적은 관계로 이름값을 하기에는 조금 아쉬워 보였다. 상폭(상폭은 이미 지난 7월 28일에 올라감)을 올라가다가 로프구간 암벽이 물에 젖어있어 포기하고, 하폭에서 15분여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했다.
금강폭포에서 출발하여 에베로리지의 첫 암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서서히 운무가 밀러오더니 이내 시계가 10~20m 정도 밖에 안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원했지만, 조망이 뛰어난 에베로리지를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운무에 쌓여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니 정말 아쉽기만 하다. 또 혼자서 초행길이자 위험한 리지구간을 오르는데, 앞도 안보이고, 혹시 비라도 내려 바위가 젖으면 많이 미끄러워 위험할 것인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차라리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할까 하다가 그래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리지를 구간에 도착하여 막 로프를 잡고 올라가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고 보니, 목소리가 예쁜 여자분이 등산로에 대해서 묻는다. 등산로 초입에 주차한 내 차에 앞유리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했다고 한다. 나는 친절하게 등산로를 가르쳐 주고, 될 수 있으면 사격장을 우회라는 등산로로 올라올 것을 권했다.
한참 로프를 잡고 리지를 오르는데, 스틱의 아래 마디가 바위에 걸려 빠지면서 15m 정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산행시작하면서 스틱을 아래 마디가 잘 조아지지 않더니, 결국 고장이 난 모양이다. 떨어진 부분을 주우러 내려가자니 귀찮고, 한 3년 정도 사용하다 보니 상태도 안 좋았는데, 이 참에 새 것으로 장만해야겠다.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고, 리지 구간을 오르는데, 내 능력으로는 도무지 무리인 것 같은 직벽 로프구간이 앞을 막는다. 로프와 바위를 잡고 조심조심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올라서니 등골로 연신 식은땀이 흐른다. 직벽을 오른 후 휴식을 하는데, 바람이 차갑게 불면서 빗방울이 조금 떨어진다. 우의는 챙겨왔지만, 오늘따라 하필이면 방풍 자켓을 챙겨오지 않았다. 우의를 꺼내 입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비가 멈추기에 입지 않고, 다시 출발하는데, 젖은 나뭇잎 때문에 바지가 조금씩 젖기 시작한다. 에베로리지 초입부터 1시간 30분여 오르니 리지 구간은 끝나고, 에베로리지 우회등산로와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15분여 오르자 군경고판이 있는 신불평원에 오르게 되었다.
신불평원의 억새는 절정을 이룰 정도로 다 피었지만, 궂은 날씨로 인해 사방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되고, 거대한 평원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억새물결도 감상할 수 없었다. 단지 몇 미터 앞에 있는 이슬에 젖어 있는 억새만이 나를 반겨줄 뿐이었다. 단조샘으로 내려가 10여 휴식을 하고, 영축산을 향해 한참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MP3의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배낭 허리끈에 주머니에 있는 MP3가 없다. 아마도 단조샘에서 휴식을 하면서 배낭을 내리고 다시 메는 과정에서 떨어진 모양이다. MP3를 찾으러 단조샘을 다시 가볼까 생각하다가 이미 이 시간이면 다른 산객들이 주워 갔을 것 같아 포기했다. 늘 혼자서 산행하는 내게 MP3는 좋은 친구였는데, 구입한지 1년도 안된 MP3을 잃어버리다니 정말 짜증난다.
영축산 정상에 도착하니 궂은 날씨인데도 토요일이자 추석 연휴 첫날이라서 제법 많은 산객들이 있다. 사방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영축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한 후, 신불산을 향해 발걸음을 바삐 옮기기 시작했다. 신불산으로 가는길에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다시 단조샘에 들러 MP3를 찾아보았으나 역시 없었다. 신불산에 가기전에 오늘 하산길인 아리랑리지 하산로 들머리부터 확인해 놓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길을 찾는데, 짙은 운무로 인해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고, 지난 3월에 확인했던 길인데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오가는 산님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분들이 없다. 나 외에도 산객 한 분도 아리랑리지 하산로를 찾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운무 속에서 아리랑리지 하산로 초입를 찾아 한 30분여 가까이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찾았는데, 아까 만났던 산객 분도 길을 겨우 찾았다고 하며 하산로 초입이 있다. 마침 산님 한분이 아리랑리지에서 올라오기에 이 길이 아리랑리지로 내려가는 길이 맞는지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나와 같이 아리랑리지 길을 찾았던 산객 분을 먼저 보내고, 나는 그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 30여분 휴식을 한 후, 신불산으로 향했다.
신불재와 신불산 정상에는 제법 많은 산객들로 있었고, 그들 모두가 신불평원의 억새 물결을 보기위해 이 곳에 찾았지만, 짙은 운무에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없다고 적잖게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신불산 정상에서도 역시 정상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고, 다시 아리랑리지로 향했다. 아리랑리지 하산로 초입에서 한 5분여 내려오니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다시 5분여 내려오니, 다른 산님들의 산행기 사진에서 본 듯한 바위 전망대에 도착하였으나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왼쪽 저 너머로 사진에서 본 쓰리랑리지의 마지막 암봉이 운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아리랑리지 우회하는 등산로로 하산 위해 바위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경사의 흙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다 보니 길이 희미해지고, 경사면이 빗물에 유실되어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느낌이 든다. 저 아래로 누군가가 산죽사이로 헤집고 지나갔는지 산죽이 누워있고 등산시그널도 보인다. 아무래도 내가 아리랑리지와 쓰리랑리지 사이로 내려가는 것 같은데, 좌우로 도무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등산지도를 보니 아리랑리지와 쓰리랑리지 사이로 암벽산행을 하는 산님들이 이용하는 하산로로 표시되어 있다. 등산지도를 믿고, 길도 거의 없는 급경사면을 때로는 산죽을 헤집고, 때로는 미끄러지면서 내려가는데, 저 멀리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한 30여분을 알바하다시피 내려온 후에야 신불평원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에 만나게 되었다.
등산로에 내려서자 짙은 운무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왼쪽으로 보니 바위전망대와 몇 명의 산객들이 보인다. 서둘러 바위 전망대에서 도착하여 보니 그들은 암벽을 타는 산님들이었고, 지금 암벽을 타기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전망대 바로 위 암릉이 아리랑리지 맞는지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예상대로 아리랑리지와 쓰리랑리지의 사이로 하산한 것이 맞았다. 아리랑리지 아래 바위전망대에서 조망한 에베로리지는 상부는 운무로 보이지 않고, 하부만 뿌옇게 보였다. 발아래로 군사격장과 가천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씨가 좋았다면 아리랑리지, 에베로리지 등 근육질의 멋진 암릉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바위전망대에서 10여분 휴식을 한 후, 장제마을을 향해 서둘러 하산하기 시작하여 15시 20분 하산을 완료했다.
오늘 산행은 에베로리지와 아리랑리지 등 금강산도 부럽지 않을 신불산의 멋진 암릉을 조망하고,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신불평원의 억새도 감상할 겸 이 코스를 계획했으나 짙은 운무로 인하여 그 멋을 감상할 수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짙은 운무로 전에 봐 두었던 길도 찾지 못하여 우왕좌왕했고, 특히, 아리랑리지 우회 하산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 결국 길도 거의 없는 위험한 쓰리랑리지 우회길로 내려오는 실수도 경험했다. 스틱도 고장나고, MP3도 잃어버리고 이래저래 남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방이 온통 회색인 운무 속에서 바람결에 따라 흔들리는 억새 나름의 멋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에베로리지-영축산-신불산-아리랑리지 등산지도
장제마을에서 금강폭포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금일 산행은 신불산 가는길로 들어감)
신불산 대웅전
사격장 내부와 우회 등산로 갈림길
금강폭포로 가는 중 올려다본 에베로리지에는 짙게 구름이 가려져 있고
금강폭포 하폭
금강폭포 상폭(07년 7월 28일 찍은 사진임)
금강폭포와 에베로리지 초입 갈림길
운무속에 에베로리지
에베로리지에서 가장 위험한 직벽 로프구간
신불평원의 군경고판
단조샘
단조산성 터의 돌탑
신불평원 개쑥부쟁이꽃
영축산 정상에서
운무 속 신불평원의 억새
운무 속 신불재 등산로 데크
신불산 정상 돌탑
신불산 정상에서
운무 속에 억새 사이로 난 신불평원 등산로
신불평원에서 아리랑리지로 내려가는 등산로 초입
운무 속 아리랑리지 마지막 암봉
쓰리랑리지의 마지막 암봉의 실루엣
아리랑리지에 암벽타기를 즐기는 산님들
아리랑리지 전망대에서 오늘 올라갔던 에베로리지 조망
전망대에서 가천마을 쪽 조망
하산하면서 되돌아본 에베로리지는 여전히 구름속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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