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부리의 산행스케치
늦가을 오후에 주왕산으로 짧은 산행 본문
2. 산행날짜 : 2007년 11월 11일 일요일
3. 산행동행 : 나 홀로
4. 산행날씨 : 맑음(구름 조금)
5. 산행코스 : 공원탐방안내소(14:13)-대전사(14:24)-백련암(14:32)-연화굴(14:56)-학소대(15:11)-망월대(15:19)-
주왕굴(15:28)-무장굴(15:33)-자하교(15:46)-제1폭포(16:00)-제2폭포(16:16)-제3폭포(16:27~16:44)-
후리매기삼거리(17:03)-칼등고개(17:44)-주왕산(17:55~18:10)-대전사(18:45)-탐방안내소(18:55)
매년 음력 10월 첫째 주 일요일은 집안의 시제가 있는 날이다. 선산이 주왕산 가까이에 있는 경북 영양에 있다보니, 이참에 시제를 마치고, 주왕산을 산행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아침 일찍 울산에서 출발하여 선산에 도착한 후 부모님 산소를 먼저 성묘하고, 시제를 지내고 음복을 끝마치니까 12시 30분이었다. 서둘러 차를 몰아 청송읍을 지나 주왕산으로 향하는데, 13시쯤 주왕산 4km 전방 지점부터 차가 증체되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음복을 하면서 한 친척이 어제 주왕산으로 갔다가 차가 하도 밀려 되돌아 왔다고 하더니, 오늘도 여전한 모양이다. 차가 꼼짝도 하지 않자 관광버스로 온 단체 탐방객들은 차에서 내려 주왕산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40여분 만에 겨우 2km를 더 가서 주왕산으로 들어가는 삼거리를 300m 앞둔 지점에서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할 수 없어 도로 옆의 가게 앞마당에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자말자 집주인인 듯한 할머니가 주차료 3,000원을 요구하여 지불하고, 산행 준비를 하여 13시 55분 주왕산을 향해 늦은 산행을 시작하였다.
주왕산 등산지도
탐방안내소⇒대전사
주차된 곳에서 출발하여 914번 지방도에서 주왕산 들어가는 입구 삼거리를 지나 주왕산으로 들어가는데, 주왕산 입구 왕복 4차선 도로가 빽빽이 차로 메워져 있다. 도로를 따라 20여분 걸어가서 공원탐방안내소 통과(14:13)하는데, 의외로 소공원내 소형주차장에는 반 이상 비어있고, 대전사를 들어가는 길은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전사에 도착(14:24)하여 보광전 넘어 보이는 기암과 장군봉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으며 한 3.4분여 시간을 보낸 후, 주방천 계곡으로 향하는데, 백련암 앞 텃밭에 노랗게 핀 들국화가 예뻐서 잠시 그 곳에 들여(14:32) 또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주왕산 입구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대전사 보광전 너머로 보이는 주왕산을 대표하는 기암-신라 마장군이 이 암봉에 대장기를 꽂아다고 하여 기암(旗岩)이라고 함
대전사 경내 피빛 단풍
노란 들국화와 어울어진 장군봉
대전사⇒연화굴⇒학소대
서둘러 빠른 주방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이미 올 가을 단풍은 파장이었고, 주방천 계곡 옥수에 떠 있는 낙엽만의 늦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공원 탐방을 마치고, 내려오는 수많은 탐방객 사이를 비집고, 연화굴 입구 도착(14:52)하여 돌계단을 한 5분여 오르자 연화굴(14:56)에 다다른다. 주왕의 군사들이 훈련한 장소이고,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한 곳으로 알려진 이 굴은 뒤편 바위가 갈라져 있어 위를 처다보면 시커먼 절벽 틈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더욱 푸르기만 하다. 연화굴에서 내려와 계곡을 따라 오른쪽을 쳐다보면 거대한 바위기둥 같은 급수대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떡 찌는 시루와 닮았다는 시루봉과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학소대가 탐방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주방천 계곡의 늦가을 풍광
주왕이 신라군사를 막기 위해 쌓았다는 자하성의 무너진 성벽 흔적
주왕의 군사들이 훈련 장소였고, 후에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한 곳으로 전해지는 연화굴
무열왕 5대손인 김주원이 이 곳에 대궐을 짓고 계곡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끌어올렸다는 급수대
학소대-바위면이 마치 눈을 깜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노인 같음
떡을 찌는 시루를 빼닮었다는 시루봉
시루봉 아래 다리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학소대⇒망월대⇒주왕굴⇒무장굴⇒자하교
학소대 아래 삼거리에서 다시 주왕암 방향(15:11)으로 발길을 돌려 급수대 아래로 난 숲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낙엽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연화봉의 기암들이 보인다. 망월대의 전망데크(15:19)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연화봉과 병풍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들이 지척에 보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급수대가 마치 호위장군처럼 떡 버티고 서있다. 망월대에서 내려와서 다시 숲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천인단애 아래에 있는 주왕암(15:24)이 눈에 들어온다. 주왕암 경내를 들어가 바위협곡 사이로 난 철계단을 올라가면 주왕이 최후를 맞았다는 주왕굴(15:28)이 있다. 주왕굴은 바위절벽에 움푹 파인 형태로 깊이도 깊지 않아서 큰 볼품은 없고, 다만 주왕굴로 주위의 바위협곡에 압도당한다. 주왕굴에서 내려와 주왕암 아래 화장실 밑으로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주왕이 무기를 숨겼다는 무장굴(15:38)이 나온다. 무장굴도 바위절벽이 침식된 형태로 역시 큰 볼품은 없다.
망월대에서 바라본 기암들
망월대에서 바라본 연화봉
망월대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망월대에서 바라본 급수대
주왕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주왕암
주왕이 최후를 맞았다는 주왕굴
주왕이 무기를 보관했다는 무장굴
자하교⇒학소교⇒제1폭포⇒제2폭포⇒제3폭포
무장굴에서 내려와 자하교(15:56)를 건너고, 다시 계곡 옆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시루봉 지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아치형 학소교 다리를 건너면 주왕산에서 최고의 절경인 주방천 계곡의 협곡이 시작되고, 협곡 사이로 아찔하게 보이는 탐방로는 따라 올라가면서 좌우로 도열한 석병에 압도당한다. 협곡 사이로 제1폭포(16:00)의 하폭이 수줍은 듯 살짝 보여주고, 조금 더 올라가면 2단으로 굽이쳐 흐르는 제1폭포 상폭이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탐방객들은 자연이 만들어 낸 이 환상적인 광경을 배경으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그 틈을 비집고, 조금 더 폭포 위로 올라서면 이제 협곡은 끝나고, 다시 계곡길을 시작된다.
계곡 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제2폭포로 향하는 이정표(16:12)가 있고, 주방천 계곡에서 벗어나 사창골 계곡 따라 난 길을 5분여 올라가면 2단 폭포인 제2폭포(16:17)가 나온다. 제2폭포는 주왕산의 가장 깊은 주방천 계곡의 지류인 사창골 계곡에 있고, 갈수기라서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폭포수는 적지만, 상폭에서 떨어진 폭포수가 바위면을 깎아 작은 소를 이루고, 다시 하폭으로 떨어지는 형상으로 나름의 멋을 자랑하고 있었다. 제2폭포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 후, 제3폭포로 향하다 보면 주왕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조금 걸어가면 왼쪽으로 제3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제3폭포도 역시 2단 폭포로서 주왕산 폭포 중에는 낙차나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제3폭포에서 계곡을 거슬러 한 30여분 올라가면 내원동으로 갈 수 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먼저 상폭 전망대(16:27)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하폭 전망대(16:30)로 내려와 간식을 먹으며 15분여 휴식을 했다. 이제 1시간여 있으면 날이 저물 텐데 이대로 계곡을 따라 하산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계획대로 주왕산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자하교에서 바라본 연화봉
학소교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학소대
제1폭포로 올라가는 협곡
제1폭포 하폭
제1폭포에서 바라본 협곡
제1폭포 상폭
제2폭포
제3폭포 상폭
제3폭포 하폭
제3폭포⇒후루매기⇒칼등고개
제3폭포에서 출발(16:44)하여 계곡 탐방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면 주왕산과 가메봉으로 향하는 이정표(16:48)를 통과하고, 나무계단을 된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제2폭포 상부 계곡인 사창골로 들어서게 된다. 사창골의 단풍은 이미 져버리고, 낙엽만이 계곡을 무성히 덥고 있지만, 간혹 마지막 빛을 발하는 단풍과 계곡 옥수에 떠있는 낙엽들이 늦가을 계곡의 멋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Y자형 후리매기 삼거리(17:03)를 도착했다. 이 곳에서 왼쪽 사창골 계곡을 따르는 길은 가메봉과 절골로 향하는 길이고, 주왕산으로 향하는 길은 오른쪽 계곡으로 따라 올라가면 된다.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부터 주왕산까지 거리가 2.5km로 표기되어 있다.
날이 어둡기 전에 조금이라도 주왕산 가까이 가기 위해 서둘러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주왕산 2km 이정표(17:11) 통과하자 계곡 오른쪽으로 벗어나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30여분 정도 오름길을 오르면 거리표시가 없는 이정표(현위치번호 주왕 05-07)가 있는 능선(17:40)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제야 오른쪽으로 바라보면 주왕산 정상이 보인다. 여기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따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도착하는데, 이 곳(이정표 →주왕산 0.6km)이 표시는 없지만 아마도 칼등고개(17:44)인 것 같다. 왼쪽으로 능선을 따라 가면 가메봉으로 갈 수 있으나, 그 방향으로는 “등산로가 아님” 표지판과 함께 줄이 쳐져 있다.
만추의 사창골의 풍광
칼등고개⇒주왕산⇒탐방안내소
칼등고개에서 바로 앞에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자 주왕산 정상(17:55)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왕산 정상에 올라서니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어 헤드랜턴 불빛을 밝히고, 주위 관찰해 보니, 사방으로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좋지 않을 것 같고, 정상석만이 여기가 주왕산 정상임을 알리는 것 같다. 사실 주왕산 등산지도에 보면 주왕산군을 이루는 주요 봉에서도 비교적 낮은 봉인데도 주봉 역할을 하는 것은 조금 의아스럽기만 하다. 밤이라서 주위 조망은 안 되지만, 아마도 산행을 목적으로 이 곳에 오르는 사람은 적잖이 실망할 것 같다.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15분여 휴식을 하고, 정상을 출발(18:10)하여 대전사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사방은 어둠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저 멀리 발아래로 보이는 주왕산 입구 상의마을 불빛을 바라보며 내려오다 보니, 어둠 속에서도 맞은편으로 기암의 형태가 어름풋이 보인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하여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다 보니, 정상에서 30여분만에 주방천 계곡 갈림길(18:41)에 내려서게 되고, 공원 탐방안내소(18:55)를 지난 후, 주왕산 입구 도로를 걷는데, 낮에 이 도로를 가득 메웠던 그 많던 차들이 어느새 빠져 나갔는지 도로 한산하기만 하다. 늦가을 밤에 불어오는 찬 공기를 마시며 도로를 따라 한 20여분 걸어서 차에 도착(19:15)하여 오늘 산행을 끝냈다.
주왕산 정상석
산행 후기
주왕산은 지금까지 여러 번 찾았지만, 산행을 목적으로 온 것은 한 16년전인 91년도 어느날 주왕산 일대 산군의 북쪽능선인 장군봉-금은광이-구수람-먹구등-느지미재-내원동-주방천계곡을 나 홀로 산행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때 남북 능선을 완전히 환종주할 계획으로 산행을 했는데, 느지미재에서 중도포기하고 내원동으로 하산하였다. 그 외 주왕산을 찾으면서도 주방천 계곡따라 3폭포까지 가는 것이 전부였고, 주왕굴, 마장굴 등 다른 명소들은 찾아가지 못해서 오늘은 주왕산의 다른 명소들도 일일이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보통 주왕산 산행은 대전사-주왕산-후리매기-주방천계곡 코스가 일반적인데, 그렇게 하면 주방천 계곡으로 내려오면 날이 어두워져 사진을 찍기가 곤란할 것 같아서 날이 밝을 때 주방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명소 탐방하고, 주왕산은 나중에 올라가기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날이 어두워져 야간 산행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헤드랜턴을 미리 준비를 했었다. 가을이면 주왕산도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으로 유명한데, 이미 단풍철이 지나서 그 아름다운 풍광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주왕산 고유의 기암절벽과 계곡 옥수에 떠있는 낙엽들이 늦가을 산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16년전 이루지 못한 주왕산 환종주를 다시 도전해보기로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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