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부리의 산행스케치
필봉에서 재약산 옥류동천으로 본문
1. 산행번호 : 07-32
2. 산행일시 : 2007년 7월 12일 목요일
3. 산행동행 : 나 홀로
4. 산행날씨 : 흐림(연무)
5. 산행코스 : 표충사 공영주차장(10:30)-필봉(12:23)-사자봉(16:09)-사자재(16:55)-진불암(17:44)-
고사리분교터(18:23)-층층폭포(18:39)-흑룡폭포(19:16)-공영주차장(20:30)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면서 휴무일에 맞춰 산행을 계획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비가 와서 산행을 포기한 적이 벌써 두 번이나 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기상청 날씨 정보를 보니 비가 올 확률은 20%로 낮은 편이다. 아침 늦게 산행을 준비하여 울산에서 밀양 표충사로 향했다. 오늘 산행계획은 필봉 능선을 따라 사자봉과 수미봉 차례로 오른 후, 옥류동천을 따라 표충사로 하산할 계획이다.
10시 30분 표충사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배낭을 메고 필봉을 향해 출발하는데, 장마철 높은 습도 때문인지 후덥지근하게 오늘 꽤나 땀을 쏟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시전천 왼쪽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매바위 민박마을 도착하여 약 10여분 정도 필봉 등산로 초입을 찾아 우왕좌왕했다. <그림같은 집>이라는 민박집 무심코 지나 바로 약 200m 정도 올라갔는데, 지역주민이 필봉 등산로는 다시 되돌아가 왼쪽으로 올라가야 된다고 한다. 다시 <그림같은 집>을 되돌아와 보니, 민박집 맞은편 골목으로 등산시그널이 몇 개 붙어있고, 벽면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화살표와 제법 멋있게 그린 소나무 그림이 있다. 이 골목을 따라 3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돌담 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야 필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들어서게 된다.
11시부터 매바위 마을에서 필봉을 향해 된비알을 오르는데, 온 몸이 땀에 흠뻑 젖고, 턱밑과 모자창으로 연신 땀방울이 빗물 떨어지듯 뚝뚝 떨어진다. 한 30여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다 10여분 휴식을 하고, 다시 필봉을 향해 출발하는데, “더운 날씨에 혼자서 청승맞게 내가 이 짓을 왜 하는지?” 생각이 갑자기 밀려오면서 걷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필봉을 오르는데, 오늘은 영 산행 필(Feel)이 오지 않는다.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면 예상한 시간보다 20여분이나 늦은 12시 23분 필봉 정상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와 연무로 인해 전망은 좋지 않다. 사자봉 정상부는 안개에 살짝 가려져 있고, 수미봉은 뿌옇게 보일뿐이다. 가까이 보이는 매바위 철길 절벽의 마치 거대한 성벽같이 보인다.
12시 35분 필봉에서 한 10여분 휴식을 하고, 912m봉을 향해 출발하는데, 오늘은 웬지 정말 걷기가 싫어진다. 이대로 산행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조금 가다 쉬기를 반복하다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버렸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가 한 20여분 낮잠을 잤다. 산행을 하면서 낮잠을 자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아내의 전화에 낮잠에서 깨어 다시 배낭을 메고 912m봉을 향해 출발하였다. 내심 오늘은 912m봉까지만 가고, 산행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조금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14시 912m봉에 도착하였다.
912m봉에서 40여분 간 점심식사 및 휴식을 하고, 그래도 사자봉까지는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출발하는데, 이제 걷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사자봉을 향해 젖은 낙엽을 밟으며 좁은 등산로를 헤집고, 한 20여분 걸어가니 도래재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25여분 걸어가면 1108m봉 아래에 있는 북쪽으로 트인 조망바위에 도착하게 된다. 이 조망바위에서는 발 아래로 밀양 얼음골 일대가 조망되고, 날씨 때문에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 이 조망바위에서 한 10여분 더 올라가면 이제 남쪽으로 트인 조망바위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곳에서는 사자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사자봉과 필봉능선 사이의 금강동천 계곡이 한 눈에 보인다. 이 곳에 잠시 휴식을 하고, 1108m봉을 지나 사자봉 직전의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거쳐 사자봉에 도착하니 16시 09분이 되었다.
더 넓게 펼쳐진 푸른 억새평원을 감상하면서 사자봉 정상에서 20여분 휴식과 간식을 한 후, 16시 30분 사자재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사자재에서 표충사 하산길로 접어들어 진불암 갈림길에 있는 조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재약산 수미봉은 짙푸른 녹음과 기암절벽이 잘 조화를 이루어 천하 명산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이대로 하산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워, 시간은 없지만, 미답지인 진불암과 문수봉이라도 가볼 요량으로 진불암으로 향했다. 진불암으로 향하는 길은 산죽사이로 난 길을 따라 군데군데 바위 너덜길을 지나고, 천길 낭떠러지 절벽위로 난 길을 따라 약 35여분 정도 가야 진불암에 도착하게 된다.
17시 44분경 진불암에 도착했는데, 암자는 돌과 시멘트로 쌓은 건물로 마치 무슨 산장이나 군 막사처럼 보이고, 도통 암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암자에는 인적이 없고, 적막하기만 한다. 암자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날씨가 흐린데, 문수봉에 가봐야 조망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예초 계획대로 옥류동천의 하산하기로 하고, 고사리분교를 향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18시 23분 사자평 샘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내 층층폭포로 향했다. 불과 십 수년전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약초를 캐서 파는 작은 마을과 작고 아름다운 고사리분교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터만이 남아있다. 사자교 위 계곡의 무명폭포를 잠시 들렸다가 층층폭포에 도착하니 18시 39분, 30여m 높이의 상폭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장마철이라서 제법 수량이 많아 장관을 이루고, 그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데, 산행에서 지친 몸을 이내 시원스레 식혀주는 것이 그야말로 천연 에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층층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빠른 걸음으로 옥류동천을 따라 19:16분 흑룡폭포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흑룡폭포는 비좁은 협곡 사이로 상당한 높이의 2단 폭포와 소로 이루어져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하는 재약산의 최고의 절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그 멋을 자랑하는 흑룡폭포를 감상한 후, 어둡기 전에 표충사에 도착하기 위해서 바삐 움직였다. 표충사를 800m 남겨두고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씻기 위해 계곡으로 들어갔다. 어둠도 서서히 밀려오고, 오가는 사람도 없어 감히 알탕을 했다. 시원한 계곡물에 산행에 지친 몸을 담구니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다. 산행을 하면서 알탕을 해보기는 처음인데,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그 기분이란 흐흐흐...
알탕을 하고, 표충사로 향해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는데, 숲속에서 무엇인가 반짝반짝 거린다. 가만히 보니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내가 반딧불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던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실로 몇 십 년 만에 반딧불이를 본 것 같다. 어둠속에서 유유히 유영을 하는 반딧불이 불빛을 바라보며 20시 30분에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오늘 산행은 장마철 높은 습도와 바람도 없는데다가 흐리고 후덥지근한 날씨로 마치 습식사우나 속에서 산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산행 초반에 너무 많은 땀을 흘렸고, 지치고 힘들어 산행 중에 처음으로 낮잠을 자는 게으름까지 피우면서 산행을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다행히 점심이 먹고 난 후, 내 나름대로 페이스를 찾아 일부 수정을 했지만 계획했던 코스대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필봉-재약산 등산개념도
매바위 민박 마을에서 필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
필봉에서 내려다 본 공영주차장
필봉에서 내려다 본 표충사
필봉에서 바라다 본 사자봉(천황산)
매바위
1108m봉 전 조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밀양 산내면 남명리일대 (운문산이 희미하게 보이네요)
사자봉(천황산) 정상부
사자봉에서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자봉의 북쪽의 억새평원(안테나가 새로 생겼네요)
사자봉(천황산) 정상에서 한 컷
등산로 옆으로 핀 이름모를 야생화
사자재(천황재)와 재약산 수미봉
진불암 갈림길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수미봉의 위용
진불암 가는 길과 문수봉 조망
진불암
고사리분교를 아시나요???
정말 아담하고, 아름다운 학교였는데, 이제는 그 터만 남아있습니다.
10월 초 고사리분교를 감싸고 있는 재약산 수미봉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몇 명 안되는 고사리분교 학생들과 한 분의 선생님이 좁은 운동장에서
체육 시간인지 가을 햇빛 아래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네요?
이제는 시골 어느 학교를 가도 정말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그 때 고사리분교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겠지요.
아래 사진은 제가 1991년 재약산 처음 산행하면서 찍은 필카 입니다
사자교 위에 있는 무명폭포
층층폭포의 상폭
층층폭포 하폭(상부에서 찍은 사진)
옥류동천 지류의 무명폭포
옥류동천 지류의 무명폭포(폭포 상부로 절벽 사이로 사자평으로 향하는 임도가 보이나요?)
재약산 옥류동천의 최고의 절경인 흑룡폭포
등산로 옆으로 냄비뚜껑만한 버섯이 피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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