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부리의 산행스케치
15년만에 설악산 천불동 산행 본문
1. 산행번호 : 07-44(1일차)
2. 산행날짜 : 2007년 10월 19일 금요일
3. 산행동행 : 나 홀로
4. 산행날씨 : 오전에 흐리고 비 약간 온 후, 오후에 개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붐
5. 산행코스 : 소공원(10:05)-비선대(10:57)-귀면암(11:49)-양폭대피소(12:53~13:10)-희운각대피소(14:25~14:50)
소청봉(16:08)-중청대피소(16:35~17:00)-대청봉(17:19~17:47)-중청대피소(18:00, 1박)
90년 11월부터 산행을 취미로 시작한 후, 92년 10월 처음으로 설악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설악산 단풍이 절정일 때를 맞추어 10/13 울산바위와 비룡폭포, 10/14 설악동-천불동계곡-대청봉-오색, 10/15 백담사-구곡담계곡-소청대피소, 10/16 소청대피소-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으로 산행하면서 설악산 절경에 빠진 기억이 아련하기만 하다. 그 이후 설악산 산행은 유별나게 나와의 인연이 닿지 않았다. 특별히 어떤 산악회에 속해 산행을 하지 않고, 주로 나 홀로 산행을 즐기다 보니 울산에서 설악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여 산행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부담되어 지금껏 설악산 산행을 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회사 동료 직원들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가지 못하여 올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설악산 산행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벼르고 있었다. 지난 10월 8이 나 홀로 설악산 산행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 또 가지 못하게 되어 올해도 이대로 설악산 산행을 못하나 내심 걱정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이번에 무려 15년 만에 설악산으로 산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설악산 산행을 준비하면서 보름 전 하늘의 별을 따듯 중청대피소를 예약하고, 인터넷의 다른 산님들의 설악산 산행기를 참고하여 산행 계획을 세웠다. 나 홀로 산행이라서 처음에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설악산으로 가려고 했으나, 울산에서 설악산까지 대중교통이 마땅찮고, 아무래도 산행 전, 후 설악산 인근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차를 이용해서 설악산으로 가기로 했다. 18일 저녁에 꼼꼼히 배낭을 싸고, 다음날 새벽에 일찍 출발하여야 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으나,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기 전날의 설레는 마음같이 잠이 오지 않는다. 자정이 가까이 되어서 눈을 붙이고,
19일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한 번 배낭을 점검한 후, 새벽 4시에 설악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새벽어둠을 뚫고 7번 국도를 따라 차를 몰아 부리나케 달려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9시가 되었다. 오늘 날씨가 오전에 비가 조금내린 후 오후에 갠다고 예보되어 있는데, 예보와는 달리 하늘에는 구름도 많지만, 파란 하늘도 보인다.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무려 5시간을 운전을 하다보니 주차를 하자마자 피곤이 밀려온다. 시트를 제치고, 잠시라도 눈을 붙일 요량으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붙이는 것을 포기하고, 소공원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은 후, 아침식사로 황태해장국을 먹었다. 평일인데도 소공원에는 설악산 단풍을 보기 위해 제법 많은 행락객들로 붐비었다. 소공원 일대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고, 권금성을 바라보니 중턱 이상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식사 마친 후 산행 준비를 하고 10시 5분 산행을 시작하였다. 신흥사에 들러 10여분 정도 경내를 둘러 본 후, 비선대를 향해 출발하였다. 신흥사에서 40분 정도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 비선대(10:57)에 이르게 된다. 비선교 다리를 넘자마자 왼쪽으로 대청봉으로 향하는 천불동 계곡 등산로와 오른쪽으로 마등령으로 향하는 등산로 갈림길(11:02)이 있다. 이정표에는 여기서 대청봉까지 거리가 8km 표시되어 있다.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근래에 정비를 했는지 양호한 편이었으나, 길바닥이 돌로 되어있어 걷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비선대에서 15여분 올라가면 문수담(11:14)을 지나게 되는데, 이 곳을 지나자면 본격적인 단풍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천개의 불상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그대로 계곡 양쪽으로 기암괴석과 붉게 물든 단풍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연속되는 절경에 취해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걷다보니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귀신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는 귀면암(11:49) 통과한 후, 5분여 휴식을 하고, 양폭 대피소를 향하였다. 등로 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잎은 빗물에 더욱 그 빛이 선명하였다. 5폭이 연이어 떨어지는 오련폭포(12:36)는 과히 천불동 계곡의 제일의 절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양폭 대피소(12:53)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산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10여분 휴식을 한 후,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출발하는데, 이제 비는 멈추고, 바람이 불면서 하늘이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한다.
양폭대피소에서 조금 올라가면 양폭(13:12)이 보이고, 양폭 오른쪽 철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양폭 상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본 계곡에는 지난여름의 수해로 인해 끊어졌던 철계단 등 잔해들이 보였다. 천불동 계곡의 마지막 폭포인 천당폭포(13:20)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무명 와폭(13:26)을 지나게 된다. 이 후부터 등산로는 계곡 오른쪽으로 벗어나서 무너미고개까지 돌계단으로 된 된비알을 50여분 올라가야 한다. 무너미고개(14:15)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심하게 불고, 하늘이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한다. 가야할 대청봉은 아직 운무에 쌓여 보이지 않고, 공룡능선의 신선봉과 올라왔던 천불동계곡의 기암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너미고개에서 잠시 주위를 조망하고, 희운각대피소에 도착(14:25)하여 준비해간 동결건조 행동식으로 중식을 했다. 비가 멈추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추운데, 목에 잘 넘어가지 않는 찬밥을 먹자니 고역이었다. 14:50 중식을 마치고 소청봉을 향해 지겨운 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회운각대피소(1050m)에서 소청봉(1550m)까지는 고도차 500m를 철계단과 돌계단으로 된 된비알을 약 1시간 20여분 정도 올라가야 할 정도로 힘든 길이다. 그렇지만, 올라가면서 되돌아보면 공룡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고, 고도에 따라 변하는 공룡능선의 기암과 절경을 감상하면서 올라가다 보면 그리 힘들 줄 모르고, 소청봉(16:08)에 올라설 수 있다.
소청봉에 올라서자 거센 북서풍이 몰아치기 시작하고, 드디어 대청봉과 중청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대청봉, 소청봉 정상의 북서쪽 사면 주목나무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하여 어설픈 상고대가 핀 것이 보인다. 서쪽 발 아래로 봉정암 사리탑과 용아장성릉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첩첩이 구곡담 계곡이 아스라히 보인다.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귀때기 청봉 아래 백운동 계곡으로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내림이 연출된다. 소청봉에서 잠시 사방을 조망한 후, 차디찬 삭풍을 피해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중청봉은 출입금지 구역이라서 우회하고 중청대피소에 도착(16:35)하여 침상을 배정받은 후, 배낭을 풀고, 등산복 동계용으로 갈아입고, 대청봉의 일몰을 보기위해 대피소를 출발(17:00)하여 대청봉을 향해 올라갔다.
대청봉에 정상(17:19)에 올라서니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몸이 날려갈 것 같다. 어느 새 하늘에는 구름이 사라지고, 동으로는 속초, 양양과 그 앞바다가 한 눈에 보이고, 설악산 그림자가 저 멀리 양양 앞바다까지 드리우고 있다. 남북으로는 겹겹이 백두대간의 마루금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과 첩첩이 산그리메가 펼쳐지고 있었다. 대청봉 정상석은 서산으로 지는 태양 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정상 일대의 핀 상고대도 역시 금빛으로 빛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정상에서 약 30여분동안 15년 만에 대청봉에 올라선 환희를 마음껏 느끼며 해가 완전히 진 후(17:48), 대피소(18:02)로 내려갔다.
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과 햇반 그리고 소주 한잔으로 해결한 후, 내일 일정을 생각해 일찍 잠자리(20:00) 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간 동안 장거리 운전 후, 비, 바람, 추위 속에 7시간여 동안 산행을 한 때문에 어찌나 피곤했던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불편한 잠자리에도 4시간여 단잠을 잔 후, 밤 12시가 넘어서 잠을 깨어 잠시 대피소 바깥을 나와 보니, 어둠 속에서 몰아치는 삭풍 소리가 온 사방을 진동하고, 화채능선 너머로 속초시내 야경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잠시 찬바람을 센 후, 다시 대피소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하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설악산 등산개념도
소공원으로 가기 전에 바라본 토왕성폭포
소공원에서 바라본 권금성
신흥사 돌담을 덮고 있는 붉게 물든 담쟁이와 하늘을 찌른 듯 푸른 잎의 전나무가 대조를 이루고 있네요
비선대
천불동 계곡의 소폭
천불동 계곡의 단풍의 향연이 시작되고...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귀면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도 수많은 산객들이 연신 탄성을 지르며 지나가고...
빗물에 적은 진홍색의 단풍잎
오련폭포
단풍가 기암의 환상적인 조화
오련폭포의 상부
양폭대피소
양폭
양폭 상부 계곡의 철계단으로 산객들이 줄지어 내려오고...
천당폭포
천당폭포 위에에 있는 무명폭포(와폭)-천불동 계곡에서 무너미 고개로 올라가는 길에 보는 마지막 폭포
무너미고개에 오르니 올라가야할 대청봉은 운무에 가려져 있고...
희운각대피소
고사목
희운각에서 소청봉을 오르면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소청봉을 오르던 중 올라왔던 천불동 계곡 조망
공룡능선 신선봉, 천화대 범봉 너머로 울산바위와 동해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소청봉에서 용아장성릉과 수렴동 계곡 쪽 조망
소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봉의 서쪽사면으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상고대가 피어있고....
귀때기청봉 쌀짝 덮고 있는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연출되고
드디어 대청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1박할 중청대피소가 보이고....
대청봉 주목나무에도 상고대가 피어있고...
15년만에 대청봉에 정상에서 올라...
대청봉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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